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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급을 이야기하면 많은 경영자가 “대기업이나 하는 복잡한 제도”라고 반응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중견기업이 임금공정성 이슈로 흔들릴 때 가장 빠르게 신뢰를 회복시킨 해법이 직무급이었다. 사람의 연차나 학력보다는 ‘일 자체’의 가치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체계가 생기면 조직 전반에 “공평하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는다. 이는 단순한 급여 재분배가 아니라 전략 실행력을 높이는 문화 전환이다.


1 직무급을 도입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

중견기업은 직급·호봉제가 주는 안정감을 선호하지만, 직무 난이도와 책임이 같은 선상에 놓이지 않으면 핵심 인력이 조용히 이탈한다. 한 기계 부품 회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봉 15년차 생산직과 7년차 설계 엔지니어가 같은 급여를 받으면서 조직 내 불만이 폭발했다. 직무급으로 전환한 뒤, 난이도와 영향력이 높은 설계 직무를 상위 밴드에 배치해 보상을 조정하자 6개월 만에 엔지니어 퇴사율이 제로가 됐다.


2 설계 프로세스: 복잡하지 않지만 구조적이어야

첫 단계는 직무 기술서를 최신화하는 일이다. 그다음 직무평가로 책임·난이도·영향력을 점수화한다. 필드에서는 ‘Point Factor’를 가장 많이 쓴다. 평가가 끝나면 6~8개의 레벨을 만들고 레벨별 밴드를 설정한다. 이때 내부 점수 70 %, 외부 시장임금조사 30 %를 결합하면 형평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직무 매칭을 완료하고 연착륙 기간을 최소 2년 확보한다.


3 법적·세무적 리스크를 선반영하라

변동에만 집중하다 통상임금 논쟁에 휘말리는 사례가 많다. 평가 항목이 수당으로 간주되면 퇴직금과 연차수당이 급증한다. 설계 초기부터 노무·세무 자문을 받아 ‘기본급/가변급’ 경계를 선명히 해야 한다.


4 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함정과 해결 팁

  • 등급 수 과다 → 5 ~ 8단계면 충분하다. 경력 단계마다 유의미한 차이가 느껴져야 한다.
  • 커뮤니케이션 부재 → 설명회, FAQ, 1:1 상담을 3차례 이상 진행하면 저항이 급격히 줄어든다.
  • 성과급과 연계 실패 → 레벨이 올라가도 인센티브 비율이 같으면 동기부여가 꺾인다. 레벨별 가중치를 달리해 차이를 체감하게 하라.

5 도입 체크리스트

  1. 직무 기술서가 1년 내 업데이트됐는가.
  2. 평가 기준이 공개되고 구성원이 이해했는가.
  3. 외부 임금 데이터와 내부 점수의 결합 로직이 명확한가.
  4. 호봉 잔존 인력 처리 방안이 마련됐는가.
  5. 제도 변경에 따른 예산 시뮬레이션이 완료됐는가.

 

직무급은 대규모 시스템이 아니다. ‘일의 가치대로 보상한다’는 간단한 철학을 실행 가능한 틀로 옮기는 작업일 뿐이다. 설계는 간결하게, 평가는 투명하게, 운영은 일관되게 유지된다면 중견기업도 대기업 못지않은 보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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