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진행해본 경험상, 가장 많이 간과되는 단계 중 하나가 바로 기술 실사다. 단순히 코드 몇 줄을 살펴보는 일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전반과 보안 체계, 그리고 핵심 인력의 역량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느꼈다. 만약 이 과정을 부실하게 수행하면, 인수 이후 예상치 못한 유지보수 비용 폭증이나 보안 사고가 발생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1. 기술 실사가 단순 코드 리뷰를 넘어서는 이유
일부 기업은 기술 실사를 ‘코드 품질 확인’ 정도로 국한해 생각한다. 그러나 내 경우, 인수 대상 기업의 내부 인프라나 보안 체계를 점검하지 않다가 인수 후 치명적인 취약점이 발견되는 사례를 직접 본 적이 있다. 예컨대 특정 라이브러리에 과도하게 의존한 채 문서화가 미흡하면, 개발팀 교체 시 유지보수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와 기술 부채
인수 대상 코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테스트가 부족해 장애 발생 가능성이 높은지 미리 살펴야 한다. 스타트업 특유의 ‘빨리 만들고 고치는’ 문화가 장점일 때도 있지만, 인수 뒤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지보수 가능성이 중요해진다. -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
GDPR, CCPA 등 글로벌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을 인수하면, 인수 기업까지 규제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 내가 예전에 자문했던 한 핀테크 사례에서는, 보안 위협이 과소평가된 채 계약이 체결됐다가 합병 후 대규모 해킹 피해를 입고 시장 신뢰를 상당 부분 잃은 바 있다.
2. 자주 발생하는 기술 실사 오류
(1) 인수 후 기술 스택 통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
상대 기업의 기술 스택이 전혀 다른 클라우드나 프로그래밍 언어에 기반을 둔다면, 나중에 인프라 통합이 지연되고 운영 비용이 크게 뛸 수 있다. 한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했으나, 서로 다른 클라우드 환경을 억지로 하나로 묶느라 상당 기간 생산성이 저하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 해결책: M&A 전 단계에서 양사 기술 스택의 호환성을 파악하고, 불가피할 경우 단계적 통합 로드맵을 만든다.
(2) 핵심 인재 이탈을 간과하는 경우
코드 품질이 우수하다 해도, 이를 만든 핵심 개발자가 인수 직후 떠나면 유지보수가 곤란해진다. 특히 AI나 블록체인 등 첨단 분야에서는 특정 인력의 지식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때가 많다.
- 해결책: 인수 계약에 핵심 인재와의 잔류 협약을 포함하고, 기술 문서화 수준을 높여 지식 이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3. 기술 실사에서 반드시 묻는 다섯 가지 질문
- 코드 품질이 유지보수 가능한 수준인가?
자동화된 테스트나 주석 처리, 일관성 있는 코드 스타일이 갖춰져 있어야 인수 후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다. - 데이터 보안 체계가 탄탄한가?
개인정보를 어떻게 암호화·관리하는지, 접근 권한은 어떻게 분류돼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 규제나 특허 관련 리스크는 없는가?
인수 후 지적재산권 분쟁이나 법적 제재를 받을 위험이 없도록 실사 과정에서 꼼꼼히 확인한다. - 기술팀 역량과 조직 문화는 어떤가?
특정 언어나 프레임워크에만 매몰돼 있지 않은지, 문서화·협업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 기술 부채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는가?
코드를 재작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면 인수 뒤 리팩토링 비용이 크게 들 수 있으므로, 미리 예산과 일정을 추정해야 한다.
4. 성공적인 기술 실사를 위한 핵심 포인트
- 객관적이고 정량화된 코드 리뷰 기준을 마련
코드 복잡도, 테스트 커버리지, 린트 규칙 준수 등 객관 지표를 통해 품질을 정량 평가하면 추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 보안 전문가와 함께 심층 점검
단순한 문서 확인이 아니라, 실제 침투 테스트(Pen Test)나 취약점 스캐닝으로 보안 리스크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 핵심 인재 Retention Plan 수립
특허나 노하우를 보유한 담당자들이 인수 후 얼마간은 회사에 남아 기술 전수를 돕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한다. - IT 인프라 통합 시나리오 사전 구성
클라우드 환경, 데이터베이스 구조, API 표준화 등을 인수 전에 구체화해 놓으면 PMI 단계에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기술 실사가 M&A 가치를 결정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기술 기업 M&A는 핵심 솔루션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게 목적이지만, 정작 코드 품질·보안·핵심 인재 등 기술 실사에서 놓친 부분이 있으면 합병 후 비용이 솟구치고 성과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완벽한 인수합병을 위해서는 계약 전부터 기술 실사를 철저히 진행해 잠재 리스크를 파악하고, 인수 뒤에는 즉각적인 PMI 로드맵을 시행해야 한다.
- 실사 단계에서 코드를 깊이 있게 검토하고, 기술 부채와 보안 수준을 확인한다.
- 핵심 인재 유지와 문서화를 통해 기술이 끊기지 않고 전수되도록 한다.
- IT 인프라 통합과 조직 문화 조화를 충분히 계획해야 인수 후 시너지를 빠르게 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인수 자체가 오히려 기업 가치 훼손을 부를 수도 있다. 기술 실사는 결코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라, M&A 성공과 직결되는 필수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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