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은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투자자를 맞이하기 위해 서명하는 투자계약서는 창업자의 경영권과 회사의 장기 전략을 사실상 좌우하기 때문이다. 나도 과거 여러 스타트업의 투자 협상에 참여하며, 자금이 급하다는 이유로 각종 조건을 대충 수락했다가 경영권을 방어하지 못한 사례를 종종 목격했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려면, 초기 계약 단계부터 투자자가 요구하는 조항을 면밀히 분석하고 협상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할 5가지 핵심 요소를 살펴본다.
1. 이사회 구성 시 창업자가 지켜야 할 균형점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 의석을 확보해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에 개입한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이사회 구성이 투자자 쪽으로 기울면 창업자가 주요 경영 판단에서 배제될 위험이 커진다. 특히 투자자가 이사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창업자의 의견이 묵살되기 쉽다.
대응 전략
- 이사회에서 창업자가 최소한 50% 이상의 의결권을 지키도록 협상한다.
- 투자자의 의결권을 대규모 예산 집행, 지배구조 변경 등 핵심 의사결정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 창업자의 이사직을 해임하거나 CEO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투자자가 갖지 않도록 주의한다.
2. 거버넌스 개입 범위를 제한하는 명확한 협상안
투자계약서에는 종종 투자자의 거부권(Veto Right)이나 동의권이 포함된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채용·예산·사업 방향 등 경영 전반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한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면 창업자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향후 회사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투자자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대응 전략
-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사결정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의한다(예: M&A, 지분 매각, 부채 발행 등).
- 투자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사회 2/3 이상의 찬성 등 다른 절차로 이를 무효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 운영 세부 사항(마케팅·인사·일상적인 예산 집행 등)에는 투자자가 개입하기 어렵도록 문구를 명시한다.
3. 지분 희석을 방지하는 Anti-Dilution 조항의 올바른 설정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면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투자계약서에 Anti-Dilution 조항이 과도하게 설정되어 있을 때, 후속 라운드에서 창업자 지분이 극단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Full-Ratchet 방식이 적용되면, 신규 투자가 기존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이뤄질 때 기존 투자자의 지분 비율이 자동 상승해 창업자가 뜻밖의 지분 손실을 입게 된다.
대응 전략
- 희석방지 조항을 Full-Ratchet가 아닌 Weighted Average 방식으로 협상해 창업자의 부담을 줄인다.
- 창업자의 최소 지분을 보장하는 문구(예: 후속 라운드 완료 후에도 창업자 지분 n% 이상 유지)를 제안한다.
- 후속 투자 시 투자자가 행사할 권리와 창업자 지분 변화 시나리오를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본다.
4. Drag-along(강제매도청구권)과 창업자의 지분 보호 장치
Drag-along은 주요 주주가 지분을 매각할 때 소수 주주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을 팔도록 강제하는 조항이다. 이는 투자자가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서 Exit을 결정하면, 창업자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분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을 낳는다. 실제로 몇몇 투자자는 Drag-along을 통해 빠른 회수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대응 전략
- Drag-along이 발동되려면 기업가치가 특정 금액 이상일 때로 제한하거나, 창업자 지분의 일부를 예외로 두는 방식으로 협상한다.
- Drag-along 행사 과정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이사회 혹은 주주 동의를 요구하도록 설정한다.
- 지나치게 낮은 기업가치로 매각하지 못하도록, 합의된 밸류에이션 이하에서는 Drag-along이 무효화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한다.
5. 경업금지(Non-compete) 조항의 범위와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
스타트업 투자 계약서에는 창업자가 회사를 나간 뒤 일정 기간 동종 업계에 다시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업금지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가 회사를 떠났을 때 경쟁사를 차리거나, 핵심 기술을 가지고 나가는 위험을 방지하려는 취지이지만, 기간이나 범위가 과도하면 창업자의 미래 활로가 막힌다.
대응 전략
- 경업금지 기간을 통상 2~3년 수준으로 제한해, 창업자가 불합리하게 오랜 기간 업계를 떠나지 않도록 협상한다.
- 적용 범위 역시 특정 시장(예: 국내 시장)으로 한정하거나, 직접적인 경쟁 사업에 한해서만 경업을 금지하도록 조정한다.
- 위반 시 배상 조건 또한 합리적인 선에서 협의해, 창업자가 과도한 페널티를 부담하지 않도록 한다.
투자계약서에서 경영권을 지키는 협상이 스타트업의 성장 열쇠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확보하려면 투자자와 적절한 계약을 맺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창업자의 경영권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만약 투자자가 제시한 VC협상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면, 창업자가 원치 않는 시점에서 회사를 떠나야 하거나 지분이 급격히 줄어드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나 역시 과거에 창업자가 해임당할 위기에 놓인 회사를 자문한 적이 있는데, 결국 초기 계약서에서 Drag-along과 이사회 구성 조항을 느슨하게 받아들인 탓에 피해를 입었다.
창업자는 투자계약서의 작은 문구 하나에도 여러 가지 함정이 숨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투자계약서에 이사회 구성, 거버넌스 개입, Anti-Dilution, Drag-along, 그리고 경업금지 조항이 어떻게 설정되는지 꼼꼼히 분석하면, 불필요한 분쟁과 경영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경영권방어뿐 아니라 회사가 지속해서 성장하며 창업자전략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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